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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2013)

안다 박수(or 안다 브라보) - 삑사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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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 박수
: 클래식 공연의 경우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암묵적 예의로 지켜진다. 따라서 곡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닌 한 악장이 끝난 경우에 박수를 치는 것은 실례로 여겨지고 있다. 화려한 피날레로 끝나는 곡의 경우 음악의 끝을 알 수 있지만 때론 익숙하지 않은 곡의 경우 곡이 끝난 것인지 잘 모를 경우가 있기도 하다. 정말 감동적인 연주의 경우 곡이 끝남과 동시에 흥분을 이기지 못해 박수가 터져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또한 곡이 끝난 후의 몇초간의 침묵의 여운을 즐기는 맛도 있다. 이 여운을 즐기는 틈을 참지 못하고 마치 '이 곡이 끝났다는 걸 나는 알아'라고 유세하듯 곡의 마지막 음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마치 제일 처음으로 박수를 쳐야 직성이 풀리는 듯 치기 시작하는 박수를 희화하며 '안다 박수'라 일컫는다.

어제 있었던 2007 교향악 축제 부산시향의 연주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가 연주되었는데, 소위 말하는 '안다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것도 엄청난 삑사리로 말이다. 그다지 훌륭하다고는 하지 못할 피아노 연주였고, 일부는 꽤나 실망스러운 피아노 연주였다고 말하는 그 연주를 놓고 '브라보~'를 외친 것이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이건 피아노 연주자의 최측근이 아니고서는 감히 할 수 없는 일. 근데 이걸 어쩌나, 삑사리가 나도 제대로 삑사리가 났다. 이 삑사리를 낸 청중 근처에 앉았던 분의 글을 읽어보니 그 분 엄청 쪽팔렸는지 청중들 박수치는 도중에 슬그머니 빠져나가 버렸다고 한다.

어제의 그 삑사리 '안다 박수'의 순간을 한번 들어보시라. 마지막 피날레 부분에 피아노의 마지막 타건을 바로 앞둔 약간의 휴지기에 터져나온 '브라보~' 소리와 당황한 청중들이 곡이 끝난 후 어쩔줄 몰라하는 찰나의 어색함을. 아래의 플레이어를 재생하면 10초 정도 지난 후에 그 현장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