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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듣기 위해 부천까지 직접 찾아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평일 저녁 7시 30분이라는 공연시간은 서울에서 퇴근하고 찾아가기에는 빡빡한 스케줄이었고 부천이라는 곳까지의 심리적 거리는 실제 거리보다도 더 멀게 느껴졌다. 그런 핑계로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팬이라 자청하면서도 아직까지 부천에서의 공연을 찾아가 본 적이 없었다.

말러 6번이다. 지난 2002년 부천필의 말러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에서 들었던 이후로 5년만이다. 5년만의 말러 6번. 부천으로 직접 찾아가 연주를 듣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되는 꺼리(?)다. 시간적 여유를 위해 아예 오후 반차를 내고 3시로 계획된 리허설도 들어가볼 요령으로 2시에 부천 공연장으로 출발했다. 한시간정도면 충분히 부천에 도착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왠걸, 3시가 되려면 10분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아직 서초구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 발생. 그렇게 막히는 길을 뚫고 부천시민회관에 도착한 시간은 3시 40분. 서둘러 차를 세우고 시민회관의 정문 출입구가 폐쇄된 것을 확인하고는 사이드쪽의 열려있는 입구를 통해 연주회장 2층에 잠입하여 한창 진행중인 리허설을 관람했다. 조금 더 용기가 있었다면 1층 관람석 앞쪽에 앉아서 임헌정선생님의 세세한 지시사항도 듣고 싶었으나 용기가 부족하여 간간히 들려오는 지휘자선생님의 웅얼웅얼하는 소리를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리허설을 관람해본 것이 이번으로 3번째인듯 싶다. 관객 없이 혼자만 듣는다는 데에서 오는 착각인가. 매번 리허설을 들을때마다 느끼는 건데 소리가 본 공연때보다 훨씬 더 명료하게 들리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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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일 연주의 리허설장면 >


본 공연. 지난 2002년 때의 연주와 비슷하게 부천필의 말러 6번 1악장 시작의 템포는 다소 빠르게 진행한다. 굵은 저음의 현이 저벅저벅 발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관의 소리가 뒤를 받치며 뻗어나온다. 편성이 워낙 대편성인데다 사용되는 타악기의 수와 종류가 워낙 많기에 혼란스러울 정도로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말러 자신이 했다는 말처럼 이 수많은 편성과 수많은 종류의 타악기가 단순히 소음을 만들기 위함이 아님은 실제 공연을 눈으로 보면서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악기가 다함께 소리를 내지르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 이 악기 저악기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며 자신의 소리가 묻히지 않는 타이밍을 찾아 소리를 낸다. 무질서한 난장판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 보면 다들 자신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고 분주하고 지독할 정도로 조율되어있는 상황이다. 말러라는 한 인간의 내면에 화산과도 같은 불이 이글이글 타고 있다고 해야 할까. 가슴이 탈 정도로 불타오르는 내면의 불을 끄집어 내어 이를 어떻게든 표현하고 그려내고자 하는 말러의 열정과 탄식이 느껴지는 음악이다. 아마 부천필이 가장 연습을 많이 하고 익숙한 악장이 1악장이었던 것 같다. 4악장 중에서 가장 밀도가 높고 긴장이 풀리지 않은 집중도를 보여준 악장이었다. 1악장 정도는 계획에 없이 즉흥적으로 연주를 해도 꽤 여유있게 풀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부천필의 역량과 여유가 느껴지는 1악장이었다.

1악장 이후 관객입장으로 한동안 소란스러웠고, 시민회관 연주의 특성상 관객중 중,고생들이 많기에 어쩔 수 없는 소란스러움 때문에 흥이 반감된 것은 사실이다. 늘 겪는 일이겠지만 이런 소란스러움이 부천필 단원들에게도 적지않은 사기의 저하를 가져오리라. 시민회관에서의 이런 일은 이미 익숙해져서 이런 소란스러움에 무감각해졌다 하더라도 무감각 그 자체가 결국 연주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사실. 소란스러움이 잦아들기를 기다릴 수 없어서 2악장의 시작으로 소란스러움을 잠재우며 시작한 2악장. 무난한 연주였으나 긴장감과 집중도가 약간 떨어졌음이 느껴졌다.

'부천필' 하면 '안정된 현'이라는 댓구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3악장이다. 고루한 표현이지만 사막속의 오아시스라고 해야 할까. 말라 비틀어진 대지에 핀 한송이의 꽃이라고 할까.(아, 정말 공돌이의 표현력의 한계여!!!) '비극적'이라는 표제를 달고 있는 교향곡에 이처럼 숨이 턱하고 막히게 만드는 아름다운 선율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게 한 말러의 의도는 무엇일까. 말러 내면을 뚫고 나올만큼 강렬한 불길 이면에 숨어있는 자신의 순수미에 대한 감성도 잊지 말아달라는 의미일까. 부천필의 현으로 듣는 3악장. 이번 연주의 색감을 조율해주는 조정자의 역할 그 이상을 해준 흠 없는 연주였다.

4악장. 확실히 4악장에서는 부천필의 집중도가 다소 떨어졌다. 지쳤을만도 하다. 리허설 휴식시간에 화장실에서 부천필 젊은 주자 몇명이 서로 '그 길디 길은 4악장 어떻게 연주하냐'하며 한탄을 늘어놓는 것을 들었다. 조금이라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금새 무너져버릴 수 밖에 없는 4악장. 전체적으로는 우수했지만 몇 부분에서의 앙상블이 깨지며 말러가 의도하지 않았던 '소음'이 추가되는 장면이 보였다. 다행이나마 그런 어긋남이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바로 바로 회복하여 제 페이스를 찾아가는 것에서 임헌정선생님의 통솔력과 부천필의 역량을 역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가본 부천 시민회관 연주회. 규모가 작기에 2층 좌석에 앉았지만 무대는 훤히 보였고, 거리가 가까워서 소리도 충분한 음량이 전달되었다. 최근에 음향관련 공사를 해서 그나마 좋아진 음향이라고 하는데, 역시 '시민회관'이라는 딱지를 달고 있는 곳의 한계가 여실히 보이는 공간이다. 2층의 경우 음량은 충분한 레벨로 전달될 만한 거리였지만 악기군들의 소리가 적절히 섞여들어오지 않는다. 순전히 '공간'의 문제로 인해 앙상블이 깨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드는 음향이다. 마치 스피커 튜닝이 제대로 안되어 있어 이상한 소리가 나는데 그냥 볼륨만 좀 더 키워놓고 듣는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그 정도라도 감지덕지다 하는 마음 이면에는 좀 더 좋은 공간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미련을 남기는 곳이다. 공조 시스템도 '시민회관'이라는 명함에 걸맞는 수준이다. 공연장용은 아니다. 공조로 인해 이미 깔리는 저음의 소음이 무시못할 수준인 듯 하다. 이런 공조로 인한 소음은 개인이 개별 소음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뭔가 조용하지 못한, 불안정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도록 만든다. 관객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청소년 관람객의 관람태도에도 문제가 있지만 뭐 말해서 뭐하랴. 이왕 온거 잘 듣고, 삘 받아서 나중에라도 고전음악을 좋아하는 애호가가 되길 바랄뿐. 근데 베토벤도 아니고 말러 음악에 클래식 문외한인 청소년이 삘 받기는 아무래도 힘들듯한 느낌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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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tav Mahler(186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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