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구자범에 대해서는 그가 광주시향 상임 지휘자 시절이었던 지난 2010년, 518 광주민주화 운동 기념 음악회로 말러 교향곡 2번을 연주했던 것을 다큐멘터리로 구성한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 TV 프로그램을 통해 말러 2번 부활 교향곡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정신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다는 그의 독특한 접근 방식의 신선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자범의 해석을 통해 말러 2번 부활 교향곡은 518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음악으로도, 그 정신을 이어가는 자들의 화답으로도 조금의 손색도 없는 완벽한 음악으로 탈바꿈 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터질듯한 강렬함과 열정으로 음악을 만들어 가는 구자범이라는 한 지휘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프로그램에 나왔던 말러 2번 연주에 해당하는 영상은 여기(클릭)에서 볼 수 있다. 대략 7분 정도인데 충분히 감동할만한 영상이다.)

지휘자 구자범이 이끄는 연주를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은 그 방송을 보자마자 생겨 그 이후로 줄곧 계속 됐다. 얼마 후 경기필하모닉으로 자리를 옮긴 지휘자 구자범에 대한 소식을 듣고, 경기필하모닉이면 그의 지휘를 보기 위해 아주 먼 걸음을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기억도 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난 여름, 7월에 예술의 전당에서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연주가 예정 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바로 예매를 하고 하루 하루 그 날을 기다렸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연주가 예정되어 있던 날 몇 주간 계속된 폭우에 우면산이 무너져 내렸고, 해당 연주회도 취소되어버렸다. 그 이후에 다시 연주회가 열리긴 했지만 평일에는 연주회 가기가 어려운 상황이기에 아쉬움을 달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에 금년 초에 구자범이 경기필하모닉을 이끌고 말러 교향곡 3번을 연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연히 평일 공연이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혹시나 하며 일정을 확인해 봤는데 하늘의 도움인지 연주회가 토요일로 잡혀 있는 것을 보고 재빨리 예매를 하고 기대에 찬 마음으로 연주회 날을 기다려왔다. 그리고 그 연주회가 지난주 토요일인 3월 17일 저녁 7시 30분에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계획하기로는 토요일이니 오전 오후는 집에서 밀린 집안 일들 하면서 쉬다가 오후에 여유 있게 수원으로 출발해 근처도 좀 돌아다니다 연주회를 보고 오는 것으로 잡았다. 하지만 불행히도 토요일 당일에도 회사에 나가봐야 하는 일이 있어 회사에 있다가 일이 끝나는 대로 부랴부랴 수원으로 향했다. 그래도 여유가 있으려니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촉박해 수원행 버스 입석으로 타서는 수원 입구 들어서자마자 다시 택시로 갈아타 공연장으로 향해야만 했다. 어쨌든 늦지 않게 공연장에 도착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다행스러운 일이다.


<경기도 문화의 전당>


일단 연주회장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처음 가보는 경기도 문화의 전당의 나름 웅장한 겉모습에 너무 큰 기대를 했나 보다. 얇은 나무 판을 추가로 올려 놓은 무대가 과연 말러 3번의 음량을 충분히 받쳐줄까 걱정스러웠는데, 역시 공연장의 한계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연주회장 전체적인 잔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음의 반사가 비교적 적었는지 음의 입체감이 많이 살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좋게 말하면 마치 모노 시대 연주를 듣는 것 같은 차분한 느낌이 들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 아무튼 연주회장 자체의 음향적 한계는 못내 아쉬운 마음이었다. 특히 무대 밖에서 연주되는 드럼과 트럼펫 소리는 원래 작곡가 말러의 의도대로라면 멀리서 들리는 아련한 느낌의 소리로 전달되어야 하는데, 무대와 무대 뒷편을 가리는 가림막이 그리 두껍지 못해 소리 차단에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무대 뒤에서 연주하여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멀리서 들리는 아련한 느낌의 소리는 전혀 살려주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었다.

연주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가장 무엇보다도 지휘자 구자범의 열정을 눈 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다. 1악장 연주가 불과 몇 분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땀으로 범벅된 구자범의 몸짓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말러 교향곡 3번의 울림을 충분히 전달할만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100분에 가까운 말러 3번을 암보로 지휘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가 이 곡을 어느 정도로 깊이 연구했고 이해하고 있는지 또한 엿볼 수 있었다 생각된다. 100여분간 쉬지 않고 열정적으로 지휘를 끝내고 밝게 웃으며 청중을 향해 인사하는 모습에서 앞으로 구자범이라는 지휘자를 꽤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지켜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주의 시작은 꽤나 집중도가 높았다. 경기 필하모닉의 연주를 처음으로 듣는 것이기에 이들의 연주 실력이 과연 어느 정도나 될는지 괜시리 걱정부터 앞섰는데, 1악장 초반의 몰입도 높은 연주는 일단 이들의 연주 실력에 앞서 긴장감 서린 진지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1악장의 중반부가 지나가도록 흐트러짐 없는 연주를 보여줘 이들의 실력 또한 어느 정도 검증이 되었다 생각이 들면서 비로서 마음을 놓고 연주를 편히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연주가 진행되면서 집중도가 약간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한 두번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려주더니 그 이후로는 지속적으로 집중도가 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맘 편히 연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긴장이 풀리지 않도록 이끌어가며 일정 수준의 연주가 되도록 이끈 지휘자 구자범의 지도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가 난기류에 들어서 약간 흔들리기 시작하지만 어느 정도 이상으로 심하게 흔들리지 않는 경우 여전히 큰 걱정 하지 않고 편안한 비행을 유지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될까. 분명 지속적으로 흔들림이 보이는 연주이긴 했지만 연주 자체는 감상을 크게 방해하지 않고 부드럽게 흘러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타악기가 아주 작은 소리를 내는 부분에서의 음량 조절이 잘 되지 않은 점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들려주었던 소리보다 훨씬 더 작은 타악기의 소리가 들려야 할 것 같은 부분에서도 일정 수준 이하로 작아지지 않고 들리는 타악기의 음량에 아무래도 세밀한 부분에서의 조율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그렇게 연주가 끝났고, 관객들의 환호성과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충분히 감동 받을 만한 연주였고 충분히 기립박수 받을 만한 노력의 성과였다 생각되는 연주회였다 생각된다.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라면 사실 수도 없이 지적할 수도 있을 법한 연주회였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로는 이날 연주회에 온 청중들 대부분이 큰 감동을 받았음은 물론이고 말러의 음악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여운이 길게 남는 연주회였다 여겨진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더러 보이지만 앞으로 지휘자 구자범과 함께 성장하는 경기 필하모닉의 커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일 중에 하나일 것 같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구자범과 경기필하모닉의 연주를 앞으로 계속 응원하며 지켜보고 싶다.


<지휘자 구자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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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tav Mahler(186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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