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ton Bruckner, 1824~1896 >


브루크너(Anton Bruckner, 1824~1896)의 음악을 처음 들은건 98년 여름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부천필의 정기연주회에서 브루크너 교향곡 4번을 연주회를 가기 전 예습을 위해 샀던 음반을 통해서였다. 그 이후 강남역 타워레코드에서 바렌보임 지휘의 브루크너 교향곡 전집을 샀고, 본격적으로 브루크너 음악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마도 99년 첼레비다케 지휘의 브루크너 에디션이 EMI에서 발매되었을 때인것 같다.

그 후로 벌써 7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으니 브루크너 음악에 익숙할만도 한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즐겨듣지 않냐고? 아니다 브루크너 교향곡은 말러 교향곡만큼 자주 즐겨 듣는다. 늘 iPod에 다른 전집들을 번갈아 넣어가면서 실탄 떨어질 일 없도록 비축해 놓고 듣고 있다.

그렇게 자주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듣는데도 단순한 교향곡간의 구분도 잘 안되는 수준이다. 이제는 대충 1악장 초반부 정도는 각 교향곡 간에 약간 구분이 가긴 하지만 특정 교향곡의 2,3악장을 하나 틀어놓고는 이게 몇번 교향곡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말러 교향곡처럼 각 교향곡 마다 서로 다른 특징들이 있다면 구분짓기 쉬울텐데, 사실 브루크너 교향곡은 그렇게 구분짓기 정말 어렵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브루크너 살아 생전에도 브루크너 교향곡은 그 곡이 그 곡 같아 전혀 구분도 안되는데 왜 자꾸 만드는 지 모르겠다는 비아냥도 받곤 했다고 한다.

이 분 음악의 대표적 특징으로는 음악의 울림이 풍부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아버지가 오르가니스트였고 자신도 유명한 오르가니스트여서 그랬는지 화성법과 대위법을 배우면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음악은 느낌은 마치 오르간이 연주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교향곡인데 너무 오르간 곡 같다는 지적에 대해 브루크너가 오르간은 손발 이리저리 움직여야 하는데 교향곡은 손으로 지휘만 하면 오르간 소리가 나니 좋은 것 아니냐며 농담을 했다는 말도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음악의 반복이 정말 많다는 점이다. 교향곡의 구성에 포함되어 있는 반복구보다 실제 그 반복횟수가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들어보면 브루크너 교향곡은 정말 돌림노래갔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마치 테입이 앞뒤를 반복하며 계속 연주되는 느낌 말이다. 마지막으로 브루크너 자신이 상당히 완벽주의 기질이었다고 한다. 위에 사진만 봐도 뚝심 있게 생기지 않았는가. 브루크너 교향곡 만큼 판본이 많은 작품도 없을 것이다.  일생을 통해 자기 교향곡을 고치고, 손질하고, 변경하고 하느라 교향곡 하나에도 판본이 3~4개는 기본으로 있다. 그래서 음반을 하나 사서 들어보려고 할 때에도 이 음반에 담긴 것이 어떤 판본인지를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아, 물론 나는 브루크너 교향곡을 즐겨 들은지 7년이 되지만 아직 판본간의 차이같은 것은 잘 모르고 듣고 있다.

이 분의 음악사적 위치를 본다면, 베토벤의 음악을 가장 존경해 마지 않았으며 당대의 유명한 작곡가 바그너의 열렬한 신봉자였다고 한다. 당시 하도 욕을 먹던 바그너를 추종하는 일로 브루크너 또한 여러 조롱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암튼 하도 바그너를 존경해서 교향곡 3번은 바그너에게 헌정하기도 했다. 물론 바그너는 그런 브루크너에게 '베토벤에게까지 이르는 단 한사람의 작곡가를 알고 있으니 그가 바로 브루크너'다 라고 치켜 세워줬다. 브루크너는 또한 아래로는 말러가 존경하던 스승이었다. 브루크너의 강의를 듣고 큰 감명을 받은 말러는 브루크너가 자신의 3번 교향곡 연주시 4악장에 이르러서 관객이 거의 퇴장하고, 단원들도 연주가 끝나자 모두 빠져나간 곳에서 몇 안남은 사람으로 브루크너 음악에 찬사를 던지기도 했다. 암튼 이렇게 이어지는 바그너(Wagner)-브루크너(Bruckner)-말러(Mahler) 이 세명의 음악가의 이름 앞머리를 따 이들의 음악을 BMW라며 음악에 있어서의 명차라는 식으로 우스갯 소리를 하기도 한다.

브루크너 교향곡은 그런 그의 진지함과, 완벽주의가 정말 잘 느껴지는 음악들임에는 틀림없다. 클래식 음악 작곡가중 가장 신앙심이 깊었던 것으로도 유명한 신실한 카톨릭 신자로서의 절대자 앞에서의 경외함마저 느껴지는 브루크너 교향곡은 편하게 들을만한 음악은 아니지만 처음 들을때의 약간의 지겨움(무한반복 루프같다고 여겨질 정도로)만 극복한다면 빈틈없이 꽉차있는 듯한 느낌으로 가득한 브루크너 음악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브루크너 음악의 꽉차있는 음향이란게 뭔가 궁금한 분이 있다면 저 밑에 브루크너 음악을 패러디한 생일축하 연주에 관한 글에 있는 음악을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무슨 느낌인지 알 수 있을것이다. 초반 1분 정도 연주는 브루크너 8번교향곡 1악장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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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tav Mahler(186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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