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위해 종이책을 필수로 들고 다니지 않게 되니 바쁜 일정 중에서도 오히려 책을 읽는 시간은 늘어난 것 같다. 이제는 스마트폰으로도 E-book을 읽는 데 별 불편함이 없고, 책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E-book으로 나오지 않은 책은 쉽게 스마트폰 카메라로 읽고 싶은 부분만 찍으면 이북 못지 않게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종이책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는것 까지는 문제가 없더라도 타인에게 유출이 되거나 할 경우 저작권 문제가 있기에, 내가 읽을 부분만 간단하게 찍어서 읽고, 읽은 부분은 바로 영구 삭제해버린다. 누구에게도 공유하지 않는다.)

이렇게 E-book 형태로 편하게 한 손으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니 평소에는 책 읽기 어려웠던 출퇴근 셔틀 버스 안에서나, 방의 불을 다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잠이 쉽게 안오는 경우나,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다가도 ‘읽을 책이라도 한권 가지고 나올걸’이라는 고민 하지 않고 바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런 짜투리 시간에 좀 더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하거나, 좀 더 진지한 내용의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으나, 사는게 그리 녹록지 않고, 출퇴근 셔틀에서는 주로 졸려서 자는 경우가 많다보니, 읽는 책이란게 예전처럼 한줄 한줄 고민하면서 읽는 인문서는 점점 줄어들더니 어느새 심심풀이로 읽어내려가는 소설이 주를 이뤄버렸다. 소설 중에서도 평단에서 작품성으로 인정받는 작품들이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생각 없이 재미나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대중 소설이 대부분이 되어버렸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좀 반성을 하고 있고 2016년에는 짜투리 시간이라 너무 맘 놓지 말고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는 일도 비중을 늘려가자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그렇게 지난 2015년에 읽은 소설 목록을 쭉 훑어보면서 개인적인 Best 5, Worst 5를 꼽아보았다.

먼저 Best 5


샤를로테 링크 - 폭스 밸리

책 표지도 그렇고 제목도 왠지 싼티 나고 그래서 읽을까 말까 고민 좀 하다가 읽었는데, 예상 외로 재미있었던 책이다. 이야기 초반에 납치된 한 여자가 있는데, 이 여자가 과연 납치에서 탈출해 살아났을 지 죽었을 지 궁금하게 만들면서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지고, 납치범도 전문 납치범이라기보다는 초짜에 가까운데 이 친구의 심리적 불안감을 계속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샤를로테 링크의 다른 작품으로는 <관찰자>라는 작품도 읽어보았는데 이 작가는 등장 인물의 불안한 심리를 묘사하는 데 재주가 남다른 듯 하다.



미나토 가나에 - 꽃사슬

미나토 가나에는 소위 3부작이라고 불리는 <고백>, <속죄>, <모성>이 압권인데, 미나토 가나에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3부작 중에 하나를 먼저 추천한다. 꽃사슬은 세 명의 여자를 중심으로 세 개의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 독립적인 세 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얽혀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데 이야기의 재미가 있다. 알고 보면 별로 그리 복잡하지 않은 관계인데, 한참 읽다가 세 인물간의 관계를 이해하려고 종이에 인물 관계도까지 그려놓고 생각하다가 내가 머리가 정말 많이 굳긴 굳었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참고로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은 어떤 작품이던 추천할 만 하고, 특히 3부작으로 불리는 <고백>, <속죄>, <모성>은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하는 바이다.



마이클 코넬리 - 블러드 워크

마이클 코넬리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들어 익히 알고 있었으나 그의 작품을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의 작품 중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의 경우 영화화 되었고, <블러드 워크>도 10여년 전에 영화화된 작품이고, 범죄수사물의 대표적인 작가라는 이야기는 이미 귀에 익숙하게 들어 알고 있었으나, 이 정도로 내공이 대단한 작가라는 것은 <블러드 워크>를 읽고나서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이 작가도 그동안 내 놓은 작품이 상당히 많은데 심심할 때 마다 이 작가의 작품은 계속 찾아서 읽어볼 생각이다. <블러드 워크>를 읽고 난 후 이 작가에 대한 관심과 기대로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 <블랙 에코>, <블랙 아이스>를 추가로 읽어보았는데, 모든 작품이 중박 이상은 되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블러드 워크>의 경우 처음으로 읽은 작품이어서 그런지 그 여운이 가장 오래 남는 작품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작품은 영화화가 되어 있는데 영화의 경우 각색을 너무 많이 해서 원작의 재미는 정말 많이 반감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영화화 되면서 복잡한 스토리가 많이 단순화 된 데다가, 범인조차도 소설 원작에서는 주인공을 돕는 최측근이었던 인물로 바꿔치기 하면서 스토리의 색깔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 



시즈쿠이 슈스케 - 검찰측 죄인

한마디로 올해 읽은 책 중에서 영화화 되면 가장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누가 범인인지는 그리 중요하지도 않고 이야기 중반에 이미 누가 범인인지는 쉽게 밝혀진다. 공소시효의 의미에 대해서, 정의에 대해서 나름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읽는 독자로서는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블랙코미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난 후 마치 정말 재미있는 영화 한편 본 것 처럼 자연스레 ‘진짜 재미있게 잘 읽었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범인에게 고한다>라는 작품과 더불어 시즈쿠이 슈스케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도 반가운 점이다. 



앤디 위어 - 마션

한마디로 정말 대박이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 <마션>이 그럭저럭 꽤 괜찮은 영화라고 한다면 그래서 올해 본 영화 중에 나름 괜찮은 기억으로 남은 영화라고 한다면, 원작 소설인 <마션>은 SF 장르 소설로 최근 몇 년 간 출간된 작품 중에 어깨를 견줄만한 작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언스 픽션이긴 하지만 핵심 내용은 허구의 상상에 맡겨 흘러가도록 하기보다는 오히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지 않나 생각될 정도로 세부적인 디테일까지 과학적 이론에 근거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그 철저한 나름의 현실적 고증이 이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는 것처럼 보여지는 화성에 혼자 남은 한 인간의 생존 분투기에 엄청난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보통 원작 소설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의 경우 대부분은 원작 소설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 소설의 긴 이야기의 호흡을 두시간 남짓한 영화에 담기가 쉽지 않기에 각색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종종 그러한 각색이 소설의 이야기의 주된 색깔을 흐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통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는 큰 기대하지 않고 소설로 읽었던 그 감동을 아주 약간이나마 영상으로 재현된 형식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해본다 정도의 기대만 하는 것이 좋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영화 <마션>은 그래도 원작 소설의 분위기를 크게 해치지 않고 2시간 남짓의 이야기로 풀어내야 하는 한계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결과물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마션>을 영화로만 본 사람이 있다면 꼭 원작 소설을 읽어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화성에 홀로 떨어진 한 사람이 살아남는다는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말마따나 대기가 거의 없는 화성 대기에 단 몇초만 노출되고 바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냉엄한 현실이다. 원작 소설 <마션>에서는 이런 상상하기도 어려운 현실에서 마크 와트니가 살아남기 위해 문제를 하나 하나 해결해가는 그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물이 부족한 상황에 어떻게 추가의 물을 만들어 낼 것인지, 화성 토양에서 어떻게 감자를 재배해 낼 것인지, 안테나 고장으로 지구와의 교신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지구와 교신을 할 것인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화성에서 어떻게 탈출하여 지구로 귀환할 것인지 그 쉽지 않은 단계 하나하나마다 과학적인 상세한 설명을 더해 해결의 과정을 보여준다. 거기에 더해 이 소설의 묘미는 눈 앞에 당면한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여 이제 좀 살 수 있으려나 하는 순간에 처음에는 감히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터져 ‘이제는 결국 죽을 수 밖에 없겠구나’하는 절망의 순간을 많은 곳에 적절히 배치하고 그 절망의 순간에서 다시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보여주어 정말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영화 <마션>의 경우 이를 잘 재현하긴 했지만 주요한 여러 문제 발생 상황들을 생략해버리고, 또한 문제 해결의 과정들을 짧은 시간에 담다보니 당면한 문제의 갯수도 그리 많지 않아 보이고, 그런 문제 하나 하나를 해결해가는 것도 그리 긴박감 넘치지 않고 너무 쉽게 해결해 가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마션>은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등 우주를 소재로 한 여러 영화중의 하나로 기회가 안되면 뭐 보지 않고 지나쳐도 별 문제 없고 약간 아쉬울 따름이라면 소설 <마션>은 읽지 않고 그냥 지나치거나, 영화 <마션>을 본 것으로 갈음하고 난다면 어디에서도 만나보기 힘든 새로운 경험을 놓치게 될 것이다. 

소설 <마션>은 정말 지금이라도 다시 첫장부터 한 번 더 읽고 싶게 만드는 소설이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올해 적당한 시기에 한 번 더 읽어볼 생각이다. 

이제 Worst 5


제임스 대시너 - 데스 큐어 (메이즈 러너 3편)

메이즈 러너 3부작 중 마지막 편인 데스 큐어. 기억을 삭제당한 채 미로에 갇힌 소년들이 미로를 탈출하는 여정을 그린 소설인데 소재가 독특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1편은 그럭저럭 괜찮더니 2편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더니 3편에 와서는 이 시리즈 물을 읽기 시작한 것 자체를 후회하게 만들어버렸다. 영화화 될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기억을 삭제당한 채 미로에 갇혀야 했던 이유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아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듯한 느낌이 든 소설이다. 아무리 심심풀이로 읽는 것이라 하더라도 앞으로 이런 쓰레기같은 소설은 좀 피해가면서 읽어야겠다. 

혹시라도 영화를 보고 원작 소설이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그냥 1권만 읽고 끝내면 딱 좋다고 권하고 싶다. 1권까지는 그래도 읽을만하고, 2,3권은 안 읽는게 인생에 더 도움이 되는 듯.




도나 타트 - 황금 방울새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에 아마존 킨들로 구매한 사람들의 완독률이 98.5%에 달한다는 글귀에 완전 속아버렸다. 퓰리쳐상을 수상할 정도로 작품성이 있는 작품이라 심심풀이로 읽는 나로서는 도저히 다다를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소설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1권 중반정도까지 읽었을 때 이 소설의 작품성과는 별개로 이 책의 홍보만큼은 사기에 가깝다는 것을 거의 확신하게 되었다.

솔직히 내가 문학적 작품성이 높은 작품을 즐겨 읽지도 못하고, 알아보는 눈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읽어보면 내 취향과는 다르더라도 왜 남들이 이 작품을 그렇게 높이 평가하는 지는 대충 알겠다 싶은 지점이 있는데, 이 소설은 정말 왜 이 작품을 남들이 높게 평가했는지, 퓰리처상을 수상했는지 도저히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혹시 이 책의 문학적 가치를 발견한 분이 있다면 무식한 내게 한 수 가르쳐 주시길. 



미셸 뷔시 - 검은 수련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을 보여줬던 미셸 뷔시의 <그림자 소녀>를 읽던 재미를 생각하며 손에 들었다가 완전 낭패를 본 작품이다. 내용도 별로고, 스토리도 뻔하고, 어디선가 한 번 쯤은 본 듯한 전형적인 플롯으로 이뤄진 작품이다. 앞에서 말한 미셸 뷔시의 <그림자 소녀>는 시간이 된다면 재미있게 읽을 작품으로 추천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림자 소녀>에서 받았던 그 짜릿한 반전의 매력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은 그냥 없는 작품으로 생각하고 건너뛰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이다.



르네 망조르 - 이제는 이름이 없는 자

최악중에 최악의 작품이다. 이런 류의 스토리 구성은 이미 십몇년전에 유행처럼 휩쓸려 왔다가 사라진 지 오래이지 않나. 아직도 사람에게 최면을 걸어 살인을 저지르게 한다는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범인도 보기에 너무 멀쩡한 지적인 인물로 정해 놓고, 알고 보니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편집증적인 인물이라는 설정도 너무 뻔하지 않나. 이 작가의 작품은 앞으로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을 작정이다.



톰 롭 스미스 - 시크릿 스피치 (차일드 44 2편)

시리즈물이지만 거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구성된 작품인데 전작이자 1편인 차일드 44는 이미 영화화도 되었고 물론 원작 소설도 소련의 공포정치 시절을 배경으로 연쇄살인사건을 풀어내 무척 재미있었다. 1편의 경우 소련의 공포정치의 그 살벌한 분위기를 실감나게 묘사하여 읽은 내내 이런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었을 그 끔찍한 현실이 절절하게 묻어나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 스토리도 큰 무리 없이 잘 마무리 되었다. 책을 읽고 난 후에 보게된 영화 <차일드 44>도 나름 원작의 분위기를 잘 그려내기도 했고...

1편을 읽고 ‘이 시리즈 꽤나 재미있겠네…’라는 기대를 하고 바로 이어서 읽게 된 2편은 그 기대를 처참하게 무너뜨렸는데, 1편에 있던 그 나름의 절절한 현실 묘사는 어디로 가고 개연성도 전혀 없고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은 이게 과연 같은 작가가 쓴 작품인지가 심히 의심스러울 정도록 황당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어차피 시리즈물로 묶여 있지만 전혀 독립적인 내용이니 이 것도 1편만 읽고 미련없이 끝내면 아주 재미있는 소설 한 편 읽었다는 개운한 마음 유지할 수 있을테고, 혹여나 호기심에서라도 2편은 웬만하면 손대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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