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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음악과 핸델의 음악의 구분은 쉽지 않다. 유명하고 귀에 익은 멜로디가 아니라면 곡의 일부분을 떼어 듣고 두 음악을 구분하는 것은 나에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뭔가 미묘한 차이가 있고, 그 작은 차이의 합이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바흐의 대표적인 ‘마태수난곡’을 처음 들어보려 시도했던 10여년전, 3시간에 가까운 연주 시간을 견뎌내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많은 이들의 조언을 뒤로하고 들었던 그 첫 경험은 바흐의 음악이 결코 지루한 음악이 아님을 직접 느낄 수 있었던 귀한 경험이었다. 정말 지루했다면 다른 연주자의 ‘마태수난곡’ 음반을 추가로 구입해서 들어보는 일을 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그로 시작해 바흐의 미사곡들까지 천천히 섭렵해 나갈 수 있었다.

핸델의 기악곡은 그나마 들을 만 했던 것 같다. 핸델의 수상음악 같은 건 정말 괜찮았다. 하지만 핸델의 음악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합창곡 ‘메시아’를 처음 들었을 때, ‘앞으로 내가 직접 찾아서 듣진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깊게 뇌리에 박혔다. ‘메시아’에서도 특히 유명하다는 '할렐루야' 합창 부분, 5분도 채 안되지만 그나마 들을만한 그 부분을 듣기 위해 참아야 하는 시간은 너무 길게 느껴졌다.

유명한 연주단체였다면 그래도 이 시골 구석에 사는 나에게 그래도 유명한 단체 연주 한번 본다는 식으로라도 솔깃한 동기 부여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Ann Arbor를 기반으로 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연주라는 것을 알고 난 후에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함께 공부하는 동기가 고전음악을 좋아하는 나를 기억하고 연주회에 같이 가자는 제안을 했고, 나를 기억하는 그의 배려가 감동스러워 지난 일요일에 있었던 공연에 다녀왔다.

합창단의 첫 소리는 참 괜찮았다. 앉았던 자리의 음향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모노틱 하면서도 LP 음반을 듣는 듯 중음 대역이 약간 더 부각되어 들리는 소리가 나쁘지 않았다. 22불에 구입한 공연 치고는 참 괜찮다 싶은 생각을 하며 음악을 듣기 시작했지만 서서히 졸음이 몰려왔고, 고개 끄덕이지 않고 조는 신공을 발휘해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있게(?) 연주를 즐기다 왔다. 연주회장을 들어올 때 ‘할렐루야’ 합창 부분의 악보를 나눠 주었고, 프로그램에도 ‘할렐루야’ 부분은 함께 불러도 된다는 안내가 되어 있었는데, 해당 부분이 되었을 때 같이 갔던 동료가 ‘이제 클라이막스’라고 살짝 찔러주어 청중들과 함께 일어나 합창을 같이 따라 부르기도 했다.

졸면서도 나름 행복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분이어서 그랬는지 평소 같았으면 신경이 날카로워졌을 상황도 웃으며 넘길 수 있었다. 뒷자리에 앉은 한 10대 여자 아이는 엄마 무릎을 베고 코를 쌕쌕 골며 잠을 잤고, 연주가 시작된 지 10분 정도 지난 후에 들어온 한 할아버지는 조용한 연주가 진행중임에도 자리를 안내해준 직원에게 아주 큰 소리로 땡큐를 3번 넘게 외쳤다. ‘할렐루야’ 합창은 크게 3파트로 이루어진 ‘메시아’의 2번째 파트 마지막 부분인데, 같이 갔던 또 다른 친구는 ‘할렐루야’ 합창이 피날레인줄로 착각해, 다들 합창이 끝나고 앉는 와중에 짐을 챙겨 나가려고 했던 일도 있었다. (실제로 내가 앉은 근처의 10여명은 ‘할렐루야’ 합창이 끝나고 연주가 진행되는 와중에 공연장을 나가버렸다.)

2층 구석 자리여서 잘 구분이 가지 않았지만 연주에 사용된 트럼펫이 일반 트럼펫보다는 현저히 작아 보였는데, 해당 트럼펫 주자의 연주는 그날의 연주 중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었다. 단 한번의 흔들림 없이 한참 동안 이어진 트럼펫 연주를 완벽하게 이끌어낸 이름 모를 그 연주자에게 이 날의 연주에 대한 모든 찬사를 보내고 싶다.

내년 봄 Bach Collegium Japan의 바흐의 ‘B단조 미사’ 연주가 Ann Arbor에서 예정되어 있다. 일찌감치 해당 연주회 표는 구매해 두었는데, 이 연주를 듣고 나면, 과연 내가 바흐의 음악은 좋아하는 반면 핸델의 음악은 약간 지루하게 생각하는 것이 맞는 지 다시 한 번 확인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추가로 얼마 전 트위터를 통해 접하게 된 지난 11월 13일, 캐나다의 한 푸드코트에서 있었던 핸델 ‘메시아’의 ‘할렐루야’ 합창을 갖고 만들어진 플래시몹 동영상을 마지막에 첨부해본다. 핸델의 메시아 전곡을 듣는게 나처럼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분이라면 5분 정도 되는 이 동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감히 확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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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tav Mahler(186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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