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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2번 ‘부활’은 들을 때마다 감동이고, 생각할 때마다 미스터리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깊고 복잡했는지, 그가 풀어놓은 선율을 통해 확인하는 처음에는 단순한 감동으로 시작하지만 그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의 감정에서 돌연 사후 천상에서의 삶에 대한 희망을 찢어질 듯한 소리로 표현하는 단계까지 오면, 언제나 항상 말러가 느끼고 말하고자 하던 감정의 선을 완벽히 따라가는 것이 불가함을 깨달으며 혼돈에 빠진다. ‘말러, 당신은 도대체 어떤 감정을 느꼈기에 이토록 절망하다 이토록 기뻐할 수 있었단 말인가. 도대체 당신이란 사람은 어떤 능력을 가졌기에 불협화음으로 가득찬 소음덩어리를 가지고 이처럼 아름답고 통일된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단 말인가’

공연전 장내 방송을 통해 당일 연주가 실황 녹음되어 추후 음반으로 발매 예정이라는 안내로 시작한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말러 사이클 첫 연주회 말러 2번. 이번 서울시향의 말러사이클 모두가 실황 녹음 되어 음반으로 발매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특히 정명훈의 첫 말러 전집 녹음이라는 측면에서도 그의 말러 교향곡에 대한 해석의 시각을 볼 수 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예상하건데 아마 해당 음반이 발매된다면 대형 메이저 음반사와의 계약을 통한 녹음이라기보다는 서울시향 자체 제작하는 음반일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래도 전문 음반사에서 발매되기엔 해당 사이클의 의미 부여와는 별도로 다소 완성도가 떨어지는 면을 부정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다소 느린 템포로 시작한 1악장은 큰 어려움 없이 잘 흘러가는 것 처럼 보였다. 내가 앉아 있던 자리에서 볼 때 관악파트의 대략 절반 정도가 외국인으로 판단되는데, 해당 단원들이 서울시향 정식 단원일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엔 아마도 이 연주를 위해 객원으로 참여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렇게 보강되어진 단원들 때문인지 관악파트의 처음은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연주가 진행되면서 실수가 시작되더니, 비교적 작은 정도에 해당하는 실수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연주 전체로 본다면 평균 이상의 관악파트라 할 수 있고, 특히 무대 뒷편에서 연주되는 아련한 소리의 관악 연주 부분은 공간감 표현에 있어서 가장 추켜세울만 하지만 잦은 실수는 옥의 티 치고는 다소 개수가 많지 않았나 싶다. 큼지막한 한 개의 티도 문제지만, 작아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여러 개의 티도 나름 문제다.

연주회 전체적으로 눈에 띈 두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는 정명훈의 암보 지휘와 두번째는 성악곡 연주 시 무대 뒷편 스크린을 통해 원문 가사와 해석을 띄어 준 것이다. 특히 스크린을 통해 가사 내용을 띄어 준 것은, 말러 2번에 익숙해 있다 하더라도 매번 성악곡의 가사의 내용을 옆에 두고 듣거나, 해당 내용을 모두 암기하고 있기가 어려운 점을 감안한다면 감상에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듯 싶다. 같은 포효라 하더라도 가사의 내용에 따라 절망의 탄식일 수도 환희의 함성일 수도 있는데, 가사를 통해 그런 미묘한 감정의 차이를 파악하고 감상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어 주었다.

그럭 저럭 들을만 했던 연주회에서 수년간 기억에 남을만한 연주회로의 승격(?)은 사실 본 연주가 다 끝난 후 일어났다. 2번 ‘부활’ 같은 대곡의 연주는 보통 다른 연주 곡과 함께 연주되는 경우가 드물다. 본 연주회도 말러 2번 연주 한곡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해당 곡이 워낙 연주자들 진을 빼놓을 만한 곡이기에 청중의 환호가 크다 하더라도 따로 준비하는 앵콜곡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랬기에 앵콜은 애초부터 기대하지도 않았다. 커튼콜 박수 몇번 쳐주는 것으로 끝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박수소리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갑자기 정명훈이 지휘를 시작했고, 흘러나온 곡은 바로 말러 2번의 피날레 부분이었다. 연주회를 갈 때, 마치 스포츠 명장면을 다시 보여주듯이 곡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부분을 앵콜로 다시 들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 본 적은 있었지만 그런 일이 있었던 적도 없고, 그런 일이 있을 거라는 기대도 한 적 없었다. 말러 2번의 최고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피날레 부분을 한 연주회에서 두번 들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그 전혀 기대치 않았던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에 갑자기 눈물이 고일정도로 울컥해버렸다. 본 연주회 때 보다는 다소 긴장이 풀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피날레는 피날레다. 사실상 이 앵콜에 다소 불만족스러운 마음이 다 녹아버렸다.

서울시향이 정명훈의 리더십 아래에서 그래도 많이 성장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불과 몇 년전만 하더라도 서울시향 연주라면 고개가 절래절래 저어지고 육두문자가 절로 나왔는데, 이 정도 수준의 연주까지 오게 된 공의 상당 부분은 정명훈에게 돌려도 절대 과하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정명훈이라 한들 서울시향의 내공이 높아지는 데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서울시향이 지금까지 길러온 내공에 비해 약간 벅차보이는 이번 말러 사이클을 다 끝내고 난다면 벅차했던 것 만큼의 내공이 더해져 한층 더 탄탄해 질 것이라 기대해본다. 한층 더 탄탄해진 실력의 교향악단으로 태어나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써 이번 말러 사이클의 의미를 찾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서울에 계속 있는다 하더라도 이번 사이클 전공연을 참석하기는 어려웠을 터이고, 지금 상황상으로는 앞으로 남은 연주 스케줄 중에 참석이 가능한 연주회는 없어 보인다. 비록 완벽한 연주는 아니라 하지만 해당 사이클의 실황 연주 전집이 나온다면 구입해서 한번 들어볼 만 할 듯 싶다. 교향곡 1번에서 순차적으로 듣는 것도 좋겠지만, 연주 일정 순으로 듣는다면 사이클이 흘러가며 변화해가는 서울시향의 내공의 정도를 확인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덧붙임1. 영화 ‘인셉션’에서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아라’는 말이 결국 코끼리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를 통해 인셉션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면에서 공연전 장내 방송을 통해 실황녹음이 이루어진다는 안내를 하며 특히 기침소리를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메 나름의 인셉션이었나 보다. 공연중 기침소리는 여전했고, 1악장인가 2악장 끝난 막간의 떠들석한 군중의 기침소리에는 다들 멋적었는지 살짝 웃음까지 일었다. 정말 이해 못하겠다. 기침소리 참는게 그렇게 어렵나? 모든 소리를 무성음으로 발음하는 소곤소곤 말하는 법을 아예 모르는 사람이 간혹 있는데, 이 사람들 기침소리 참는 법 자체를 아예 모르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덧붙임2. 한참 연주를 듣고 있는데 어디선가 계속 이상한 소리가 들려와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그 작지만 분명히 들리는 소음에 모든 청각 신경이 쏠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눈동자만 조용히 굴리며 근원지를 찾다 보니 바로 옆에 앉으신 분의 손목시계에서 나는 초침 소리였다. 90% 확률로 스와치 시계였던 것 같다. 스와치 시계중에 유독 초침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나는 녀석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하다가 악장이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초침소리가 생각보다 크다고 양해를 구하는 쪽지를 적어 보여주었더니 화들짝 놀라 시계를 벗어 가방에 넣으셨다. 어쨌든 내 좌우에 앉으신 분들은 공연시간 내내 악장 사이의 휴식시간을 포함해 숨소리 한번 내지 않고 조용히 연주를 감상하는 분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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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tav Mahler(186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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