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의 악기 배치에 관한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이다. 그래도 지난번 말러 연주회를 통해 느낀 바도 있고, 이를 통해 검색을 이리저리 하다보니 나로서는 나름 새로운 이야기도 있고 해서 간단하게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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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ww.dolmetsch.com/musictheory29.htm>


클래식 음악에 약간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왠만하면 오케스트라에서 현악기 배치 정도는 대략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대학시절 교양과목으로 들었을 수도 있고,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시험 문제로 나왔을런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다양한 악기 배치가 있을 수 있고 또한 연주회마다, 연주 단체에 따라 혹은 곡의 특성에 따라, 홀의 특성에 따라, 또는 지휘자 취향에 따라 다양한 배치가 있지만 위의 그림과 같은 악기 배치가 가장 일반적인 배치라 알려져 있다.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이러한 배치에서는 왼쪽 제일 앞줄에 제1 바이얼린이 있고 그 뒤로 바로 제2 바이얼린이 위치하고 있다. 또한 오른쪽 앞줄에는 첼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로 비올라가 자리하고 있고, 오른쪽 뒷쪽으로 더블베이스가 자리하고 있는 구조이다. 뒤의 관악기와 타악기의 배치가 약간씩 바뀌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현악기의 경우는 대개 이 배치를 일반적으로 따르고 있다.

이러한 배치의 경우 주된 멜로디가 연주되는 제1, 제2 바이얼린이 위치해 있는 오케스트라의 왼쪽자리에 앉는 것이 오케슽트라의 오른쪽 자리에 앉는 것보다 소리가 훨씬 더 좋게 들리는 것 같다. 오케스트라의 오른쪽 자리에 앉게 되는 경우 첼로와 더블베이스의 저음에 주 멜로디 라인이 묻혀서 잘 들리지 않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공연을 갈 때마다 꼭 오케스트라 왼쪽 부분 자리를 일부러 선택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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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ww.dolmetsch.com/musictheory29.htm>


지난달 마이클 틸슨 토마스가 지휘한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말러 2번 연주의 경우 위의 그림과 같은 악기 배치에서 연주가 되었다. 관악이라던지 타악기 배치는 위의 그림과 전혀 달랐고, 위의 그림과 같았던 것은 단지 제1,2 바이얼린의 위치뿐이다. 즉 크게 보면 결국 왼쪽 한곳에 같이 있던 제1 바이얼린과 제2 바이얼린이 양쪽으로 나뉘어서 위치해 있는 차이 하나 뿐이다.

이러한 악기 배치 연주를 처음 본 것은 아니었지만 이날 연주회에서 더욱 이러한 악기 배치가 두드러지게 느껴졌던 것은 바로 내가 연주를 듣던 자리가 바로 지휘자 바로 뒤 몇미터 떨어지지 않은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이라 여겨지는 악기 배치였다면 제1 바이얼린과 제2 바이얼린의 연주소리는 한곳에 모여 있어 집중해서 연주자들의 보잉을 따라가며 듣지 않는 이상은 어느 음이 제1 바이얼린에서 나오는 소리인지, 어느 음이 제2 바이얼린에서 나오는 소리인지 분간해가며 듣기 힘들었을 터이다. 하지만 이날은 내가 위치한 자리 덕택에 제1 바이얼린의 연주소리는 왼쪽 귀로, 제2 바이얼린의 연주소리는 오른쪽 귀로 분간되어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평소 섞여서 들리던 두 바이얼린의 연주가 분간되어 들리니 주 멜로디 라인이라 할 수 있는 제1,2 바이얼린 간의 소위 던지고 받는 식의 멜로디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었고, 그러한 두 사이의 음적 긴장을 감지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지난 연주의 큰 재미 중 하나였다.

그러다보니 왜 굳이 저 위의 첫번째 그림과 같은 악기 배치가 일반적인 오케스트라에서의 악기 배치가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청중 입장에서는 두번째와 같이 제1, 2 바이얼린을 좌우로 떨어뜨려 놓는 것이 더 명료한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고, 또한 연주되는 음악의 좌우 밸런스도 두번째 그림과 같은 배치가 훨씬 나을 것 같아 보이는 데 왜 첫번째와 같은 배치가 일반적인 배치가 되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도 음악 좀 듣는다 하는 분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을 이야기일 지 모르지만, 나로서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바로 1930년대 이전에는 두번째 그림의 배치와 같은 제1,2 바이얼린이 좌우로 나뉘어져 있는 배치가 더 일반적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던 것을 1930년대에 지휘자 스토코프스키가 제1, 2 바이얼린을 왼쪽 한 곳으로 모여서 배치를 하게 되면서 점차 일반적이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자료를 검색하다보니 이것도 악기별 배치에 따른 복잡한 이론과 설명이 있는데, 여기에서 간단하게 설명하면, 1930년대 무렵 레코딩이 점점 확산되었고, 레코딩에 가장 적합한 악기 배치를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야기인 즉슨 당시만 해도 당연히 레코딩은 모노 레코딩이었는데, 음악의 주된 멜로디를 차지하는 제1, 2 바이얼린이 좌우로 떨어져 있는 경우 주변 저음에 묻혀 녹음이 잘 되지 않게 되는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스토코프스키가 제1, 2 바이얼린을 한 곳으로 모아 해당 멜로디 라인이 다른 저음군 악기 소리에 묻히지 않고 녹음이 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점차 스토코프스키 방식의 악기 배치가 일반적인 방식으로 굳어졌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러한 악기 배치 방식이 앞에서도 말했듯이 연주회장에서 음의 좌우 불균형에 한 몫을 하고(연주회장의 음향적 특성에 따라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은 물론이다.) 점차 모노 레코딩은 사라지고 스테레오 녹음이 대세가 된 이후로는 이제 다시 제1, 2 바이얼린을 좌우로 떨어뜨려 놓는, 1930년대 이전의 악기 배치 구성으로 점차 변해가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위의 그림을 퍼온 사이트에도 그렇고, 검색을 통해 이런 저런 정보를 보다 보니 악기 배치에 관해서도 훨씬 복잡한 내용들이 많긴 하지만 그 모든건 여기에서는 생략하고 간단하게 내가 이번에 새롭게 안 사실만 정리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어야겠다.

암튼 요즘은 위의 둘 중 어느 배치가 더 일반적이라 할 수 없게 되었으니, 고등학교 음악 시험에 더이상 '다음중 오케스트라 악기 배치로 옳바른 것은?'이라는 식의 문제는 출제되기 어렵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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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tav Mahler(186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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