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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술의 전당 음악당 3층에서 공연을 관람한 것은 처음이다. 꼭대기에 위치한 곳이기에 소리가 좋을 수는 없는 자리지만 세종문화회관의 3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소리가 그다지 심하게 나쁘진 않다. 하지만 그 정도의 음질 저하도 제대로된 공연을 감상하는 데 문제가 되는것일까? 정말 어제 느꼈던 그 불쾌감은 단순히 공간에 의한 음향문제일 따름이었을까? 1층에서 들을때는 삑사리처럼 안들리는 호른의 소리가 3층에서 들을때에는 삑사리처럼 들릴 수 있는 것일까? 바이얼린의 잔잔한 선율 위로 흐르는 호른 소리. 아직 클라이맥스가 아니고, 곡의 흐름상 바이얼린의 선율이 묻힐정도로 호른소리가 크게 나와서는 안되는 부분에서 호른이 미친듯 소리를 내뿜는다. 1층에서는 그렇지 않은데 3층이기 때문에 호른소리가 마치 클라이맥스의 부르짖음처럼 크게 들린것일까?

2. KBS는 공영방송이다. 그럼 KBS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공무원이나 다름없는거 맞나? 그렇다면 KBS 교향악단 단원들도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을까? 국내 유수의 교향악단 중에서 가장 처우가 좋다는 것은 이미 아는 사실이고, 오늘 새롭게 확인한 건 그들의 연주는 확실히 공무원스럽다는 사실이다. 한번이라도 전체적으로 맞춰보고 공연에 나온건가? 바이얼린이 어느정도의 세기로 소리를 낼때, 관악기는 그에 맞춰 어느정도의 세기로 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 정도의 기본적인 앙상블 조차 맞춰보지 않은 듯한 의심이 거의 확신에 가까운 정도로 든다. 셀 수 없이 많은 삑사리를 들려준 관악기는 말할 것도 없다. 말러 교향곡 3번을 장난으로 아나. 이 따위로 해도 정기권 잘 팔리고 초대권 뿌릴 데 많고, 녹화 떠서 TV에 가끔 틀어주고,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도데체 누가 이따위로 연주하는 단체에 국민의 혈세가 흘러가도록 방치하고 있단 말인가. 전혀 상관 없는 일일테지만 처음으로 KBS에 수신료를 내는 것이 이렇게 억울하게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다.

3. 도대체 어디서 뭐하다 온 청중들인가. 중고생이 청중의 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시끌벅적한 연주회에서도 악장사이에 박수가 이렇게 자신감있게 지속적으로 터져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 연주회에서도 몇명의 잘 모르는 청중들이 박수치다가도 뭔가 아니다 싶은 느낌을 받고 2악장 이후로는 정리가 된다. 어제는 떠들석한 청중도 없어 정말 예상하지도 못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매 악장이 끝날때마다 연주장을 압도하는 박수가 흘러나올 수 있단 말인가. 공연이라는게 연주자의 높은 연주 실력도 중요하지만 같이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간의 나름의 교감도 큰 몫을 한다. 내가 느끼는 감동을 다른 청중들도 함께 느끼고 있을때 감동의 정도는 배로 더해질 수 있다. 어제처럼 나와 함께 공연을 보고 있는 관객들이 기본적인 음악듣는 자세에 대해서도 모른 채, 연주가 삑사리 범벅으로 무너지고 있음에도 멍청한 표정으로 박수치고 있는 모습을 보는건 나처럼 지극히 정상적인 혈압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도 고혈압의 위협을 느끼게 만든다. 마지막에 '브라보~'를 외친 아저씨. 정말 누군지 알면 꼭 찾아가서 물어보고 싶다. 도데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보았기에 브라보를 외친건지. 혹시 무대에 서 있는 자신의 가족을 본 것일까?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이처럼 불쾌하게 느껴진 적은 정말 처음이다. 다들 정상이고 나만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던 상황이다. 도저히 그 자리에 계속 있다가는 내가 무슨 미친짓을 할지 몰라 곡이 끝나자 마자 연주장을 빠져나왔다.

4. 함신익이라는 지휘자의 통솔력 문제인가? 아니면 공무원스러운 KBS 교향악단이 객원 지휘자인 함신익의 지도 따위는 무시하고 있는것인가? 함신익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좋은 이미지만 갖고 있었던 나로서는 오케스트라를 전혀 통솔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자신만 흥분해서 온 몸을 비틀고 흔들며 지휘하는 그의 모습이 그다지 좋게 보이진 않았다. 일단 오케스트라 조율부터 해놓고 그 다음에 본인이 흥분을 하던지 몸을 흔들던지 할 때 그런 지휘 동작에서도 감동을 받는다는 사실 잊지 마시라.

*. 근래들어, 정확히 말하면 지난 3~4년간의 공연중에서 이처럼 엉망인 공연은 처음이다. 대다수 공연의 경우 어느 점들은 좋고 어느 점들은 아쉬운 점이 있어 적절한 평이 가능한데 어제 연주는 A에서 Z까지 다 엉망이어서 제대로 된 평을 할 수가 없다. 충분한 역량이 있는데도 게으름과 나태함, 무기력에 빠져서 형편없는 연주를 하는 연주단체에 대해서는 우리도 충분히 박수를 멈추고 야유를 던질만한 수준에 있다고 생각했다. 어제의 공연에서 KBS 교향악단을 향한 박수는 결국 그들 자신에게 독이 될 뿐이다. 맘에 맞는 몇명만 뭉칠 수 있다면 어제 같은 공연에서는 'KBS 교향악단 각성하라'는 식의 게릴라 플래카드라도 펼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번 가을에 KBS에서 브루크너 교향곡 연주도 2번 계획이 되어 있어서 다이어리에 적어놓고 예매할 생각에 부풀어 있었는데, 앞으로 당분간 KBS에 대한 믿을만한 쪽에서 괜찮은 소식이 들려오기 까지는 KBS 연주는 KIN~!! 이다. 당분간 KBS 교향악단 연주에 내 돈내고 표사서 듣는 일은 없을 것이다. TV 수신료 내는 것마저 아깝게 느껴지는 마당에 무슨... 혹시 어제 공연 예매한 금액이나 환불해 줄 수 있으면 좀 환불해 줬으면 좋겠다. 그 가격이면 아내와 분위기 좋은 데에서 괜찮은 식사 한끼 잘 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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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tav Mahler(186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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