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KBS 교향악단의 말러교향곡 3번 연주를 듣고 실망이 커 감정적인 평을 달았다. 평을 올린 후 다른 관객들이 올린 평을 검색해서 읽어보기도 하고, 자주 들르는 동호회에 질문도 올려서 확인한 결과, 나만큼 해당 연주를 실망스럽게 여긴 사람은 없음을 확인했다.

아무래도 연주의 질을 논하기에 앞서, 내가 앉았던 좌석의 음향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다음에 다시 한번 같은 자리에 앉아 다른 연주를 들어보거나 KBS 교향악단의 연주를 좋은 자리에서 다시 들어보고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을했다.

오늘 내가 올린 평에 KBS 교향악단 단원이라는 한 분께서 긴 비밀댓글을 남겨주셨다. 그 전에 다른 한 분께서도 내 평이 다소 과하다고 답글을 남겨주셨다. 다소 감정적이라고는 생각했으나 느낌에 충실한 평이라 생각했고, 평소 감정적으로 혹평을 일삼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냥 두었는데, 적어도 해당 연주회 단원분께서 직접 답글도 달아주셨는데 글을 쓴 이후로 들었던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생각이 들었다.

단원분께는 알려주신 이메일로 답장을 보내드렸고, 여기에는 보내드린 답장을 올려본다. 단원께서 남긴 댓글은 비밀댓글이기에 이곳에 같이 올리지 않는 것이 예의인듯 싶고, 상호 논박의 내용이 아니기에 내 답글만 남겨도 되겠다 싶다. 그분의 댓글에 대한 논박이 주를 이루었다면 그분의 글을 올리지 않고 내 답글만 올리는 것은 어떤면에서는 비겁한 싸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 경우는 그에 해당하지 않으니 문제 없을 듯 하다.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감정적으로 남긴 글, 감정적으로 댓글 남겨도 할말 없는데,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고 답글 달아주신 두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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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 블로그(mahlerian.org)에 올린 지난주 금요일 KBS 교향악단 연주회 후기에 남기신 댓글 보고 메일드립니다. 블로그를 사용하지 않던 예전에도 동호회나 개인 홈피같은 곳에 연주회 평을 올리면 종종 해당 연주를 하셨던 분이 연락을 하시는 경우가 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연주하셨던 분이 댓글을 달아주셔서 깜짝 놀랐고, 이번에는 솔직히 약간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사실 제가 올린 KBS 교향악단 말러 3번의 후기가 감정적인 내용이 많이 묻어나는 것이 사실이기에 댓글을 남기신 분이 KBS 교향악단 단원분 중 한분이라고 댓글 처음 인사말로 남겨 있어 순간 긴장했습니다. 댓글의 양이 무척이나 길었고, 감정적으로 쓰여진 제 글에 대해 연주를 하신 당사자께서 남기신 글이니 좋은 내용은 아닐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긴장된 마음으로 님께서 남기신 글을 천천히 읽어보니 다소 감정이 묻어나는 내용도 있었으나 제가 적은 후기에 담겨있는 감정과 비교하면 너무 차분하고, 예의 바르게 말씀해주셨더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도 그날의 연주를 듣고 한참동안이나 혼란스러웠습니다. 이게 과연 예술의 전당 3층이라는 좌석의 음향 문제인가, 오늘의 공연 수준의 문제인가하며 말입니다. 금년 초에 예술의 전당 1층 A열 제일 앞에서 두번째 줄에서 공연을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정말 음향이 좌절스러운 자리였습니다. 얼마나 좌절스러운 음향이었던지 설령 베를린필이 와서 공연을 한다 하더라도 A열 제일 앞에서 듣느니 오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물론 그날의 공연은 그다지 감동스럽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공연의 수준만큼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제가 앉은 자리로 들려오는 소리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음색이었지만, 큰 실 수 없는 탄탄한 연주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KBS 교향악단의 말러 3번 때에는 예술의 전당 3층 가운데 제일 앞줄에 앉았습니다. 3층에는 처음 앉아보는 거라서 솔직히 걱정하긴 했지만 시야도 좋고 연주시작 후 소리를 들어보니 그다지 좌절스러운 음향은 아닌듯 했습니다. 다만 심벌즈 소리가 많이 깎여서 들어오는 등 전체적으로 음량이 낮다는 느낌은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앉아 있는 자리를 감안하고 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부조화가 느껴진 것은 사실입니다. 금관의 실수는 '몇번 정도 실수가 있었다'라고 하기에는 꽤 많은 실수가 보였습니다. 현악기군에서 주제선율이 흐르면서 금관이 받쳐주는 대목에서도 금관의 소리때문에 현의 소리가 묻힐정도로 강하게 나오기도 했구요. 무대 밖에서 연주한 작은 북 소리도 멀리서 들리는 듯한 효과를 내줘야 하는데, 마치 무대 안에서 연주하는 것과 다름 없을 정도로 너무 강하게 연주해서 효과가 반감된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해석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부분은 테크닉적인 미숙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이 들었고, 그런 점들이 그날의 공연이 다소 실망스럽게 느껴진 주된 이유가 되었습니다.

아무튼 저도 혼란스러움을 정리하고자 이곳 저곳 아는 동호회를 돌아다니며 물어보기도 하고 다른 연주평도 보았습니다만 저만큼 나쁜 평가를 내린 경우는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확인을 하고 나니 비록 제 블로그에 이미 남겨놓은 감정적인 평은 그대로 남아있지만 3층이라는 자리의 문제도 다시한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다시 한번 3층의 그 자리에 앉아 다른 연주를 들어보거나, 빠른 시일내에 KBS 교향악단의 연주를 좋은 자리에서 다시 듣고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부천필과 비교해서 말씀해주시기도 했는데요. 제가 이번 공연에서 특별히 부천필과 비교해서 차이가 난다고 느낀점은 단원들의 긴장도였습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부천필은 공연전에 연습을 많이 하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말러 공연인 경우는 더더욱 연습을 많이 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구요. 그래서 그런지 본 공연때에도 단원들의 표정과 행동을 보면 긴장이 느껴집니다. 혹시나 실수하지 않을까 하는 초조함과 걱정일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연주자들의 긴장한 모습에서 느껴지는 것은 연주를 정말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런 진지함에서 KBS 교향악단이 다소 긴장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님께서도 인정하실 수 있을거라 생각이 됩니다. 이건 님께서도 언급하셨듯이 부천필의 경우 거의 20년이 다 되도록 임헌정이라는 지휘자의 카리스마에 계속적으로 단련되어 온것과, 현재 상임지휘자도 없이 다소 파행적으로 운영되어 오는 것에서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연습횟수도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세세한 부분에서의 앙상블을 조율하려면 많은 횟수의 반복이 필요한데 그 부분에서 많이 부족했던 것 같고, 제가 예민하게 받아들인 부분들도 결국 미세한 앙상블의 부조화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단원들의 긴장감의 큰 요소로는 관객의 영향도 무시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님께서도 부천필 공연을 가보신 적이 있겠지만, 부천필에서는 적어도 이제 악장사이의 박수같은 것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학교 숙제때문인지 중고생이 많이 오는 날은 시끌벅적하고, 부천시에서 공연을 할 때에는 이러한 소란스러움이 더하긴 하지만 부천필의 실력을 믿고 이를 기대하고 있는 청중들의 비율 또한 무시못한다는 것을 단원들 스스로도 지각하고 있기에 그 긴장도가 더한 것 같습니다. 제가 남긴 평을 보시면 알겠지만 그날의 공연에 대한 평이 감정적으로 흐르게 된 또다른 이유중의 하나는 바로 관객들의 수준이었습니다. 해당 연주의 수준이 높다 낮다의 평가를 떠나서 객관적으로 교향곡 매 악장마다 박수가 이렇게 크게 나온 연주는 정말 5~6년 동안 처음이었습니다. 악장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예의로 여겨지는 기본적인 공연 에티켓도 모르는 관객들이 주류가 되어 있다는 것이 결국에는 연주하는 단원들의 긴장까지 풀리게 하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KBS 교향악단이 경영난을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어왔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하고 있었고, 님께서 여러 어려운 상황을 설명해주시니 솔직히 이해가 가는 면도 있고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님께서 하신 말씀대로 KBS 교향악단을 살리기 위해서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KBS 사측에 항의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자세한 사항을 모르는 저는 아무리 KBS 교향악단이 어렵다 어렵다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1년에 사용하는 예산의 규모가 가장 큰 교향악단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맞는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예술의 전당 상주 오케스트라가 된 코심의 예산규모가 더 클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랬기에 여전히 국내 최고 오케스트라는 여전히 KBS 교향악단이라 생각해왔습니다. 사실 이번 공연을 가면서도 아내에게 계속 'KBS 교향악단이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실력을 갖춘 교향악단이다'라고 자신있게 말을 했었답니다. 그런 기대하는 마음이 컸기에 이에 대한 반발의 심리로 실망의 감정의 폭도 깊었던 것 같습니다. 궁색한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애정이 있었기에 그만큼 실망의 감정의 표출이 된 것 같습니다.

글이 길어졌는데요. 정리하면, 아뭏튼 제가 이번 공연에 대한 평을 적어놓은 내용에 필요 이상으로 개인적인 감정이 많이 묻어있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공개된 블로그이지만 어느정도는 제 자신의 기분풀이처럼 KBS 교향악단을 공무원스럽다라는 식의 비꼬는 투로 비난한 것에 대해서 기분이 상하셨다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또한 님께도 오해하지 말으셨으면 하는 것은, 제가 비록 말러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말러는 내가 제일 잘알아'라는 식의 오만한 마음은 없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제 주변에는 제 내공으로는 괜히 말 잘못 했다가 큰 창피를 당할만큼 내공이 크신 분들이 계셔서 제가 아는 정도로 함부로 잘난체 할 수가 없습니다. 제 블로그에 올린 다른 연주회 평들이나 기타 평들을 보신다면 제가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위치에서 모든 걸 깔보는 식의 평을 주로 올리는 사람이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다만 그날 연주회에서 악장사이의 우렁찬(?) 박수소리에 다소 흥분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번 10월, 11월에 KBS 교향악단에서 브루크너 교향곡 연주가 두번 있지요? 말러 3번에 대한 평에서는 다소 흥분해서 절대 가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는데요. 제가 브루크너 교향곡도 무척 좋아합니다. 시간이 된다면 이번에도 직접 표를 사서 연주회에 찾아가겠습니다. 이번만큼은 좋은 자리에서 한번 들어봐야겠습니다. 부디 좋은 연주 들려주시길 바라고, 저도 큰 기대하는 마음으로 찾아가겠습니다. 이 때의 연주는 비록 기대에 비해 실망스럽다 하더라도 감정적으로 하지 않고 객관적인 평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KBS 교향악단에 대한 기대는 계속 간직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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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tav Mahler(186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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