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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아시아필하모닉의 흠잡을 곳 없이 화려했던 연주회의 흥을 깨놓은 건 역시 연주회 수준에 부응하지 못하는 상당수 관객들이었다. 만만치 않는 티켓 가격인데 그 정도의 돈을 지불하고 오는 공연임에도 클래식 공연의 아주 최소한의 상식도 준비되지 못한채로 공연장에 온다는 것이 나는 아직도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설령 초대권으로 받은 티켓이라 해도 그렇다. 나름 괜찮은 수준의 공연을 보러 오면 최소한 해당 공연의 성격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무슨 큰 예의범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추가적인 수고를 들여 준비하고 공부해야 하는 것이 요구되는 것도 아니다.

정말 이렇게 단순한 예의 범절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단순하다. 곡의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다는 아주 간단한 상식이다. 아무리 화려하고 경쾌하게, 그리고 박력있게 곡이 끝난다 하더라도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것이 지금의 공연 예절이다. 물론 이 예절이 절대적인 것이냐를 따진다면 이야긴 달라진다. 그 정도 깊이의 고민 후에 악장 사이에 박수 치지 않는 현재의 공연 예절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라면 그런 문제 제기는 충분히 경청하고 들어 줄 수 있다. 현재의 다소 경직된 공연 예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간혹 악장 사이에 박수를 마음껏 보내도 되는 연주회들도 가끔 열린다. 물론 그런 것도 나쁘진 않다. 그런 경우라면 오히려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예의에 어긋 날 수도 있다. 예의라는 것은 상대적이고, 그 예의를 지탱하는 것은 최소한의 상식과 약속에 준한다. 악장사이에 박수치지 않는다는 예절이 상식인 곳에서 악장사이의 박수는 연주자들의 집중력을 무너뜨리고, 악장사이의 침묵속에서 바로 전의 감동을 추스리는 다른 관객들에게도 엄청난 실례이다.

어제의 연주회가 바로 그랬다. 드보르작 8번 교향곡의 악장이 끝날때마다 사그러들 줄 모르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나마 박수는 나았다. 큰게 한 건 터졌으니 바로 조용한 선율이 흐르는 틈을 타 연주회장 전체를 쩌렁쩌렁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가 터져나왔다. 합창석쪽에 앉은 나는 그 주인공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으니 중년의 한 여성이었다. KBS 라디오 실황 연주의 경우 마이크가 무대쪽에만 배치되어 있어 악기음이 많이 포착되므로 아래 첨부한 음원에서는 다소 핸드폰 소리가 작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어제 공연장에서는 정말 연주되는 음악을 능가하는 음압으로 연주회장을 압도해버렸다. 방송을 진행하는 분들은 학생들이 공연장에 많이 찾아왔고, 핸드폰도 그 중에 한 학생이 낸 것으로 여기며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은 아주머니로부터 터져나온 핸드폰 소리다. 그 아주머니 가만히 보니 핸드폰 사건 이후에도 악장 사이에 여전히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한심할 따름이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인터미션때 여러 관객들이 예술의 전당 직원들에게 무척 강한 항의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부랴부랴 문제있어 보이는 청중들에게 일일히 주의를 부탁하고, 장내 방송으로 핸드폰 전원을 끄고, 악장 사이의 박수는 자제해달라는 안내까지 보내게 된 것이라 한다. 그 때문인지 다행스럽게도 후반부 브람스 1번 교향곡 연주시에는 악장사이의 박수는 사라졌다.

예술의 전당측도 문제다. 난 교양있는 청중들 비싼 돈주고 온 연주회라고 예술의 전당에서도 꽤나 예의범절 바른 듯한 태도로 관객들을 대하는 것에 불만이다. 열라 촌스럽고 찌질한 방법일지 몰라도 제대로된 공연 감상을 위해 매 공연시 동영상을 통해서라던가 누구나 이해가능할 명료한 안내로 이런 가장 기초적인 예의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또 이러이러한 것이 예의라는 것만 확실히 알면 뭔가 분위기 있어 보이는 공간에서는 예의 지키는 것에는 도가 난 사람들 아닌가.


아래는 어제 공연 실황 방송에서 짜집기한 연주중 핸드폰 울리는 부분과 이후 인터미션때 진행자들이 나누는 멘트로 이루어져 있다. 녹음에 사용된 마이크는 무대의 악기 소리를 주로 잡도록 세팅이 되어있어 공연중 핸드폰 소리가 다소 작게 들리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어제의 공연장 그 곳에서는 정말 경악스러울 정도로 쩌렁쩌렁 울렸었다.



<어제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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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tav Mahler(186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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