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일에 있었던 미국 대선 후보 첫번째 토론회는 공화당 후보로 나온 밋 롬니의 현직 대통령 버락 오바마에 대한 싱거운 승리로 끝나버렸다. 롬니가 예상외로 철저한 준비를 통해 선전한 토론회였고, 오바마는 준비가 부족한 듯한 모습과 자신 없는 모습으로 일관했다는 소식을 먼저 접한 후에 뒤늦게 보게 된 이날의 토론회는 정말 오바마의 완패였음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첫 섹션에 뭔가 강한 임팩트를 보여주는데 실패한 오바마는 이어지는 토론 주제들에서 다소 회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결국 마지막 섹션에 다시 한 번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줄곧 확신의 표정으로 여유있게 토론에 임한 밋 롬니에 완벽하게 패배했다.

그간의 대중 연설등을 통해 거의 천부적인 말빨을 자랑하던 오바마인데다, 최근의 여론 지지율 상승세까지 등에 업고있어 최근 수세에 빠진 롬니를 가볍게 넘겨버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평소와는 너무도 달리 여유가 넘치고, 똑똑해 보이기까지 하는 롬니와 달리 줄곧 자신 없는 모습의 오바마를 보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토론회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재선을 노리는 현직 대통령과 이를 대항하는 상대 후보간의 토론은 일차적으로 현직 대통령에 불리한 상황일 수 밖에 없다. 지난 4년의 결과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트집 잡을 것이 전혀 없진 않을 터이다. 대통령은 지난 4년 동안 해온 일에 대한 결과로 공격을 받는 반면, 이에 대한 더 좋은 대안이 있다고 주장하는 상대 후보의 경우 결과로 당장 보여줄 수 없으니 수사만 잘 사용한다면 얼마든지 현직 대통령보다 더 나은 능력과 비전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포장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난 10월 3일 오바마와 롬니간의 첫 토론이 있던날 저녁에 방송된 The Rachel Maddow Show에서는 이렇듯 대선 후보들간의 첫 토론에서 현직 대통령이 패배하는 것이 일상적이라는 것을 과거 토론의 기록을 통해 증명하려 노력했다. 친 민주당 색채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나온 내용이라 어느 정도는 '그깟 첫번 째 토론 패배해도 아무 상관 없어. 당연한거야. 그래도 대선은 이길꺼야'라는 식의 변명 비슷한 내용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첫 번째 토론회가 현직 대통령에게 불리한 판세라는 점은 무시 못할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내용이어 짧게 소개해본다. 




방송에서는 일단 지난 미국 대선 역사에서 TV 토론이 이루어졌던 경우 중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나왔던 경우에 한정지을 경우 이번 오바마-롬니 토론을 포함해 총 7번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방송은 해당 연도의 대선의 최종 결과가 아닌 바로 현직 대통령과 상대 후보간의 첫 토론회의 결과만에만 한정 지을 것이라 명시하고 있다. 즉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와 롬니 중 누가 승리할 것이냐의 차원에서가 아닌 단지 오바마와 롬니의 첫 토론에서 오바마가 진 것이 그리 특이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는 것을 명시한다. 

이렇게 상황을 정리할 경우 현직 대통령과 상대 후보간의 첫번째 대선 TV 토론의 경우는 이번 오바마와 롬니를 포함해 총 7번의 경우가 있고 이는 다음의 경우와 같다고 방송은 정리하고 있다.

1976년 Gerald Ford(현 대통령) vs. Jimmy Carter
1980년 Jimmy Carter(현 대통령) vs. Ronald Reagan
1984년 Ronald Reagan(현 대통령) vs. Walter Mondale
1992년 George H.W. Bush(현 대통령) vs. Bill Clinton
1996년 Bill Clinton(현 대통령) vs. Bob Dole
2004년 George W. Bush(현 대통령) vs. John Kerry
2012년 Barack Obama(현 대통령) vs. Mitt Romney

방송은 다시 한번 현직 대통령이 나온 대선 첫 TV 토론의 결과라는 것을 매 결과를 설명할 때마다 강조를 한다. 예를 들면 1984년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의 레이건과 민주당의 몬데일이 대결한 대선의 경우 실제 대선의 결과는 레이건이 49개 주에서 승리하고 몬데일이 오직 1개주에서만 승리하여 결과적으로 선거인단 수에서 525:13의 레이건의 압도적인 승리였지만, 첫 TV 토론의 경우는 몬데일의 승리였다는 것이다.(이 내용은 방송엔 나오지 않는데 직접 찾아보고 레이건 재선 당시 얼마나 압도적인 승리였는지, 왜 공화당원들이 레이건을 거의 성인 수준으로 추앙하는 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튼 이렇게 현직 대통령과 맞붙은 첫 TV 토론의 결과를 주욱 정리해보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방송은 보여주고 있다.



위의 그림에서 볼수 있듯이 이번 오바마와 롬니의 TV 토론을 제외한 지난 6번의 경우에서 현직 대통령이 첫 TV 토론을 승리한 경우는 1996년 클린턴과 밥 돌의 경우가 유일하고 나머지 5번의 경우는 모두 현직 대통령이 참패의 결과를 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결과까지 포함시킨다면 1:6의 스코어로 현직 대통령은 줄곧 첫 TV 토론에서 참패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위에서도 말했던 압도적인 재선 선거였던 84년 레이건 재선 당시에도 방송에서 보여준 당시 첫 TV 토론 후 미디어들의 보도 내용은 레이건의 참패였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뭐 앞에서도 말했듯이 레이건과 같은 압승을 통해 재선을 하게 된 경우에도 첫 TV 토론에서는 참패를 했으니 30년대 대공황 이후로 최악의 경제상황이라 하는 4년을 버텨온 오바마의 경우 이 정도로 버텨낸것도 기특하다 할 만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방송은 하고 싶었던 듯 싶다.



또한 The Rachel Maddow Show가 마지막으로 덧붙이길, 이번 오바마-롬니의 첫 TV 토론까지 포함한다면 현직 대통령의 경우 TV 첫 토론에서 1:6이라는 스코어로 압도적인 패배를 당했지만, 실제 지난 6번의 대선의 경우 3번은 재선에 성공하고, 나머지 3번의 경우는 재선에 실패한, 결과로만 놓고 보자면 50%대 50%의 싸움이었음을 보이며 아직 올해 대선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라는 뉘앙스를 덧붙이고 있다.

아무튼 이번 미국 대선은 나름 안정적인 오바마의 우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번 TV 토론에서의 롬니의 극적인 도약으로 레이스 자체를 지켜보는 재미가 한층 더해졌다. 이번 한국 대선도 아무쪼록 근거 없이 부풀려진 의혹에 가려져 본질히 흐려지기 보다는 사실에 근거한 후보에 대한 평가와 정확한 판단력과 방향성을 갖고 각자의 정책에 대한 끈질긴 검증과 토론이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 삶에 직접적 상관이 없는 미 대선 후보간의 토론도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미국 시민들에겐 수퍼볼 이상의 관심을 끄는 행사가 되었다고 하는데,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간에 토론다운 토론이 이뤄진다면야 정말 다른 어떤 스포츠 행사보다도 흥미 가득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다른건 몰라도 이번 미국과 우리나라 대선에서 후보들간의 토론 방송은 라이브로 놓치는 경우가 있더라도 꼭 챙겨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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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tav Mahler(186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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