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로서의 오페라를 완벽히 이해하고 좋아하게 된 이후라면 그 장르 내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포인트를 구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중에서 특별히 맘에 드는 부분을 개인적 감상의 주된 포인트로 삼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 음악에 집중하여 감상을 할 수도 있고, 스토리의 연결성에 관심을 갖고 볼 수도 있다. 매 공연마다 달라지는 무대와 의상들의 연출을 통해 연출가의 의도를 파악해보는 재미도 있을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이 정도 내공이 쌓이게 되면 처음에 본인이 갖고 있었던 관심의 영역이 점점 확장되며 장르를 구성하는 다른 요소들까지 종합적으로 느끼며 즐길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다.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는 아직까지는 남녀간의 사랑의 이야기로만 가득찬 스토리로 이루어진 오페라를 감상하기에는 아직 몸이 배배 꼬이는 것을 멈출 수 없는 나에게 다시 한번 오페라와 계속 친해보자라는 다짐을 하게 만든 작품이다. 중간 인터미션 20분을 포함하여 3시간 30분에 달하는 공연 시간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심리 드라마’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인물들 간의 복잡하게 얽혀진 관계 속에서의 각 인물들의 심리가 잘 드러나는 플롯의 힘이 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남녀의 사랑도 플롯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에 못지 않은 친구간의 우정, 부모와의 갈등, 종교와 정치 권력간의 미묘한 알력 싸움 등이 스토리 전체에 잘 배치되어 있던 점이 무엇보다도 맘에 들었다. 말러와 브루크너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에 따른 폐해인지는 몰라도 뭔가 심각하고 진지함이 묻어나면 일단 좋다고 접고 들어가는 내 심성과 맞았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진지한 스토리에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런 스토리를 뒷받침해주는 웅장한 관현악 사운드일 것이다. 베르디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장점 중의 하나라 하는 관현악 사운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날 공연의 핵심 포인트였다. 이날 연주를 맡은 단체가 특별히 연주를 잘했다거나 하는 생각까지 드는 연주는 아니었지만 베르디 사운드의 매력을 알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연주라고 생각된다. 주요 시점마다 귀에 들어와 꽂히는 멜로디를 들으며 출연자들의 노래로 이어지는 스토리에 못지 않게 음악 자체로 매 장면의 느낌을 만들어도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까지 오페라를 볼 때에는 늘 공부하러 간다는 생각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날은 날씨가 좋아서였는지 공연을 보러 가는 발걸음에서부터 기대와 설레임이 묻어났던 것 같다. 아무튼 오페라를 본격적으로 좋아하는데 또 하나의 큰 도움이 되는 작품을 만나게 된 것 같다.

참, 이번 공연을 보기 전 스토리를 미리 자세히 알고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 5막으로 이루어진 대본으로 미리 숙독했다. 하지만 공연은 4막으로 만들어진 버전으로 공연이 되어 처음 스토리에 약간 혼란스러웠었다. 이후에 알고보니 극의 길이가 너무 길기도 하고, 무대를 꾸미는 것도 쉽지 않아 1,2막을 하나의 막으로 합쳐 총 5막에서 4막으로 개작이 이뤄진 적이 있고 이날의 공연은 그렇게 개작이 된 4막 대본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게다가 요즘은 사실상 4막으로 된 공연이 주로 공연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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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tav Mahler(186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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