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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필하모닉 '류재준의 밤' - 2013.04.06 한 시립교향악단을 참 좋아했었던 적이 있었다. 한때는 좋아했는데 지금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여전히 기회가 되면 연주를 보러 가곤 하지만, 시립교향악단의 설립 목적에 맞게 그 교향악단은 좋은 공연을 예술의 전당에 올리기보다는 교향악단이 속해 있는 시의 공연장에서 주로 많이 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평일에 그곳에서 있는 연주를 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 보니 결국 일년에 많아야 한 두 번 연주를 보면 많이 보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예전처럼 그 교향악단을 열렬히 좋아한다고 말하기가 약간 쑥스러운 상황이 되어버렸다고 하는게 더 맞는 말일 것 같다. 지금은 자주 연주를 듣지 못하지만, 몇 년 전 그래도 꽤 자주 이 교향악단의 연주를 들을 때에는 종종 ‘정말 연주 잘한다’라는 감탄이 .. 더보기
푸치니 '투란도트', 수지오페라단 - 2013.03.30 오페라와 본격적으로 친해지는 데 한가지 장애물을 맞닥뜨렸다. 다름 아닌 오글거리는 유치한 사랑으로 이뤄진 줄거리 그 자체다. 말러나 브루크너처럼 이마에 굵은 주름 하나 짓고 엄숙한 표정으로 들어야만 어울릴 것 같은 음악을 주로 즐겨 들어서인가. 아무튼 어제 투란도트의 공연을 보면서 화려한 무대와 의상에 놀라고, 여전히 아름다운 사람의 목소리에 좋아하면서도, 내가 왜 이런 유치하기 짝이 없는 사랑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한 켠에서 문득 들었다. 또 한편에서는 푸치니라는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가(또는 대본작가가) ‘투란도트’라는 작품을 쓰면서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고대 중국의 왕국이라는 배경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투란도트’의 배경은 전설 시대 중국이란다. 그러니.. 더보기
베르디 '팔스타프', 국립오페라단 - 2013.03.23 지난 몇 년 동안 오페라와 친해지려 몇 번의 시도를 했었는데 번번히 실패했다. 그렇게 오페라와 친해지기 어려웠던 이유중의 하나는 아마도 음반으로만 오페라와 친해지려 했던 때문인 것 같다. 음반으로 듣고 있자니 내용도 모르겠고, 매번 대본을 옆에 두고 볼 수도 없으니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 이후 오페라에 한걸음 더 다가서보자는 차원에서 일단 메가박스에서 상영하는 오페라 실황을 보기 시작했는데 영 적응도 안되고 결국 오페라는 여전히 나랑 맞지 않는 장르라는 생각이 더 굳어지는 때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약이라고 꾹 참고 계속 보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마음도 편안해지더니 결국 내가 악기 소리만이 아니라 사람의 목소리도 즐기고 있게 되어 버렸다. 이제야 비로소 올해는 오페라와 친해지는 원년으.. 더보기
경기필 드뷔시 <바다>, 슈트라우스 <알프스 교향곡> - 13.03.16 교향곡을 여러 번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레 음악 전체의 흐름에 익숙해지는 때가 있다. 비록 한시간여에 달하는 음악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외우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을 듣고 있으면 자연스레 현재 진행되는 멜로디가 끝나고 그 다음에 어떤 멜로디가 이어지는지의 대한 대략적인 감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비전공자로서 음악을 여러 번 들으며 익숙해지는 것과 오케스트라 곡 전체를 암보로 지휘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레벨의 간극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이 듣다 보면 자연스레 곡 전체의 흐름에 익숙해지는, 소위 말하는 나름의 스토리가 있고 기승전결로 짜여진 음악은 암보로 지휘하기도 비교적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연주된 드뷔시의 나 슈트라우스의 의 경우는 아무리 많이 들어도 곡의.. 더보기
하이팅크, 런던 심포니, 브루크너 9번 - 2013.03.01 조금이라도 사람들 눈에 더 띄게 하기 위해 온갖 과장과 자극적인 수식어가 난무하는 세상이다. 100년만의 기록적 더위였다느니, 기상 관측 이래 시간당 최고 강수량을 기록한 폭우였다느니 하는 날씨 보도에서부터 3대에 걸쳐 내려온 전통의 원조 설렁탕 집이라는 식의 광고도 쉽게 눈에 띈다. 100년도 모자라 심지어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공사라는 식의, 어떻게든 사람들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려는 문구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래서 과장과 자극에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인가. ‘36년만의 내한 공연’이라는 문구를 타이틀로 내세운 하이팅크의 공연 소식은 충분히 그 정도의 강조를 할 만한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약간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촌스러운 표현으로 강조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공연.. 더보기